마음의샘터/붓가는대로 essay

또 하나의 인연, 나의 들꽃사랑 이야기

慈光/이기영 2014. 3. 20. 13:13

 

또 하나의 인연,  나의 들꽃사랑 이야기

 


 


<애기똥풀>
 - 줄기를 꺾으면 노란 물이 나오는데 애기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비꽃, 애기똥풀, 노루귀, 바람꽃, 꽃다지 ....
이들은 우리 산하에 절로 피었다가 지는 우리 들꽃의 이름이다.

 

밤하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우리 들꽃과의 인연은
6년간의 긴 시간(?)을 군에서 보내고 기업에 입사하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내 산악부에서 정기적 산행을 하던 어느 날,
숲 그늘 아래 무리지어 핀  얼레지를 본 순간
유년의 풀꽃 피던 언덕을 떠올렸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산과 들을 다니며
그들을 하나 둘 기록하는 재미에 쏙 빠져들고 말았으니
들꽃과 함께한 지도 어언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산자고> - 백합과. 4월에 볼수 있다.

 

 

그 동안 들꽃탐사와 사진촬영을 하면서 건강도 다졌고
동호인들과의 우의도 많이 다졌으니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일반산행을 할 때는 목적지를 두고 산을 타니

가끔 주변에 펼쳐지는 풍경만 감상할 뿐  시간에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쫓기는 마음이 다반사였지만,
들꽃산행은 꽃을 찾고 사진으로 담고 이름을 기억해가며
같은 정서를 지닌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며 쉬엄쉬엄 다니니 굳이 정상까지 오를 필요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들꽃은 원예종과는 달리 개화기가 아주 짧다.

 

미인박명이라고 하던가?


어쩌면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사라지기에 그 아쉬움이 더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러기에 더욱 꽃이 피는 시기를 잘 맞추어 촬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바닥을 나지막이 기며 피는 꽃들을 담을 때는
최대한 몸을 구부려야 한다.
무릎도 서슴없이 꿇어야하고, 때론 납작 엎드리기도 해야한다.

 

꽃 사진을 찍는 일이 즐겁다가도
이런 부분은 힘이 들어 검불 붙은 옷을 툭툭 털며 푸념을 해대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무릎을 탁 쳤다.
아, 바로 이것이구나!
그들은 오만과 교만으로 가득 찬 인간군상을 향해
한없이 자신을 낮추라고, 
그리하여 겸손하라고 일러주는 게 아닌가 하고.

 

 

 

 

 

<연꽃>
 - 사는 곳은 오염된 곳이나 항상 청결한 자세(處染常淨) 바로 부처님의 삶이다.

 

 

 

들꽃의 오묘한 가르침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무더운 여름날이 오면 빠짐없이 연꽃을 촬영하러 가곤 한다.
진흙탕에서도 맑고 그윽한 꽃을 피워내는 정경이 물론 좋아서이지만
그보다 연잎에 머문 물방울 촬영하기를 더 좋아한다.

 

연잎에 물방울이 고여
양이 많아지면 물방울은 옥구슬 되어 굴러 내린다.
다시 채워져도 조금만 남겨두고 또다시 채워진 만큼 비우고.....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린다."

법정 스님의 깊은 글귀를 다시 새긴다.

 

 

탐욕과 오만함, 그 모든 것을 비우라고
그들은 조그만 몸짓으로 나직나직 작은 교훈을 들려준다.

작은 들꽃과의 대화,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삶을 윤기 나게 해주고 활력을 준다.

 

 

그리하여 문득 일상이 밋밋해지면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꽃 한가로이 피어 있는 길을 훌쩍 나서곤 한다.

 

 

2010.6월  참스승 여름호

 

 

 

 

 


변산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

2월말~3월

 

 

 

 

너도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

2월말~3월

 

 

 

 

 

노루귀 - 미나리아재비과.

2월말~3월, 새로 나오는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풀솜대 - 백합과. 4월,

마치 불단에 피어오르는 향내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여 지장보살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

 

 

 

 

 

동의나물 - 미나리아재비과. 4월,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독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