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 교정에 오래된 벚나무가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는 4월이면 꽃들은 마치 문득 솟아난 흰 구름 같습니다.
오래되어 늙어가는 커다란 나무에 핀 화사한 꽃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지요.
나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나이 나이가 들어 피운 꽃일수록 더 소담하고 고색이 창연합니다.
봄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 피워대는 나무를 한자리에서 평생 보며 살 수 있다는 것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꽃이 질 때쯤 바람이 불면
꽃이 나비인지, 나비가 꽃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아이들이 날아가는 나비 같기도 하고, 휘날리는 눈송이 같기도,
한 꽃잎이 날리는 날리는 날이면 꽃잎을 받아먹으며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예술이지요.
날아 떨어지는 꽃잎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다 예술입니다.
필과 설로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이 완벽한 것을 우린 예술이라 합니다.
그런데 벚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봄 하늘 빛 때문인지 아시죠.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벚꽃은 완성됩니다.
배경이 아름다워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빛을 발합니다.
당신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어떤 배경이 되어 있는지요.
그걸 모르면 꽃 나들이 가서 괜히 꽃 아래서 번잡스럽게 수선 떨고, 보기 흉하게 북적거리지 마세요.
우리 반 지현이가 그 꽃을 보고 글을 써 왔습니다.
벚꽃이 참 예쁩니다.
벚꽃을 보면
이모 생각이 납니다.
짧은 시지만 지현이가 벚꽃을 자세히 바라보는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시지요.
지현이는 정말 벚꽃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좋은 생각이 날 리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나무를 그려보라고 하면 나무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지나가는 바람, 새 그리고 햇빛, 더러는 촉촉이 비가 내리는 장면을 그려 넣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나무에게도 산소와 빛과 이야기를 나눌 새들과 목마름을 촉촉이 적셔줄 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나무가 우리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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