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독작 月下獨酌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밭 가운데 술 한 항아리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함께 한 이 없어 혼자 마신다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달을 불러오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 더불어 삼인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달도 월래 술 마실 줄 몰랐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 또한 그저 내 몸따라 움직일 뿐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그런대로 잠시 달과 그림자 데리고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이 봄 가기 전에 즐겨나 보세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이고
我舞影零亂(아무영영난) 내가 춤추면 그림자 소리없이 나를 따른다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겠지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아무렴 우리끼리의 우정 영원히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다음번엔 은하수 저쪽에서 다시 만나세
* 李白,月下獨酌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감으면 보일꺼다
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꺼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꺼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꺼다
- 성산포,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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