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샘터/붓가는대로 essay

인간수명 126세

慈光/이기영 2004. 9. 13. 17:30

 

 

인간수명 126세

- 이기영

 

시간 차암 빨리 지나간다.
지난 주 토요일 부랴부랴 수업 마치고 포항으로 향하던 일이 바로 어제인 것 같은 데 벌써 토요일이 바로 내일이다.
옛 성현들이 오죽 했으면 시간 가는 것을 물 흐르는 것에 비유 했을까? (歲月流水)

40대는 40Km, 50대는 50Km, 60대는 60Km.....
시간 가는 것을 느끼는 속도가 나이에 비해 그렇다고 한다.
지금 연세 많은 사람 앞에 두고 무슨 뚱딴지냐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도 요즘들어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어릴 적 영화 '빠삐용'인가, 소설'몽테크리스토백작'인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오랜 수형생활을 끝내고 돌아와 신(자신)에게 '내가 무슨 죄가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너는 시간을 헛되게 보낸 게 죄다!"라는 대목이 평생 잊지 않은 어떤 좌우명 처럼 되었다.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느냐?- 그것도 아니고....
개미란 집단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중에서 20%만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60%는 '어영부영 적당히'하고, 20%는 '쓸데없이 그냥 왔다갔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해야 가치있는 일'인가?라고 자주 반문한다.
이 해답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얼핏 자신보다 상대(他人)를 위한 일을 하는 것.
귀가 따갑도록 들은 '희생','봉사'......

부모의 도착점이 자식의 출발점이 된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부모의 출발점이 곧 '맨땅'이었으니...
격변의 세월을 살아온 육이오 전후세대들...
부모님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으로부터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인것이다.

시간 이야기해 놓고 또 옆길로 샜다.
흔히 40대중반을 '인생의 하프타임'이라고 한다.
축구에 전후반이 있듯이 전반 45분, 휴식, 후반 45분.....
과거 191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평균수명 채 40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평균 78세.
그리고 2030년이면 평균 100세에 도전한다고 한다.
(어느 학자는 인간 수명이 126세까지 간다고 하지만)

기러기는 수천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영어 앞파벳의 'V자'대형을 유지하고 쉴새없이 소리를 낸다.
'V자'대형을 유지하는 이유는 맨 앞장서 가는 기러기는 바람의 저항을 100% 받지만 바로 뒤에 있는 기러기는 30%정도가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앞의 리더가 지치면 다음 뒤쪽에서 교대를 해준다.
쉴새없이 '끼륵끼륵'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라고 조류학자는 말한다.
또 한가지 한마리가 지쳐서 대오에서 쳐저서 땅위에 내려 앉으면 모두 내려 앉았다가 기운이 회복하여 같이 출발하든지, 아니면 영영 회복하지 못하면 죽음을 보고야 출발한다는 것이다.
'기러기 정신'

요즘들어 나는 과연 '주위(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했던가고 많이 생각한다.
'작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깨끗한 사회를 위해서'라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 내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 '아버지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구나!'라고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때론 지치고, 때론 즐거워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아이들말로 '오버'하지 않기 위해) 나의 사명을 적어본다.

 

 

 200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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