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14)한·일 고대왕조의 진상 - 철강 기술 교류를 중심으로
고구려 셈씨엔 ‘야망’이 담겨 있다
고구려 수사는 단순한 셈씨 차원을 넘어,
빛·불·물·샘 등의 자연만이 아니라
위쪽(북쪽)의 대륙, 즉 부여(夫餘) 땅과 갈라선 예(濊)까지 다 넣어 몽땅 갖겠다는
고구려의 야망을 담은 숫자 노래였음을 알 수 있다.
▶ 일본 아스카(明日香)의 옛 구리공장에서 사용한 제철도구와 그 제품들.
우리나라와 일본의 셈씨 ③
일본 셈씨와 우리 셈씨를 비교해 소개하기 전에, 한 가지 일러둘 말이 있다.
고대의 일본어는 일찍이 우리 옛말이 일본에 건너가서 생성된 언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라·고구려·백제 각 나라마다 방언(方言)이 있어 조금씩 달랐듯이
우리말이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일본에 건너가 둔갑, 일본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어는 한국어의 또 하나의 사투리라 할 수 있다.
고대 일본어 어원은 한국어
한자 ‘一’의 한국식 음독(音讀)은 ‘일’이지만,
일본식 음독(音讀)은 ‘이치(いち)’, 훈독(訓讀)은 ‘히(ひ)’, ‘히토(ひと)’라 한다.
한자사전에 의하면 한자 ‘一’은 한 개의 가로 줄로 ‘하나’를 가리키는 글자다.
옛사람들은 빛을 ‘한가닥의 줄’로 인식했다.
광선을 ‘빛살’이라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빛’의 옛소리는 ‘ ’이었다.
우리말 b음은 일본에 가면 h음이나 f음이 된다.
한편 ㅌ과 같은 우리말 받침은,
일본말이 되는 과정에 ①없어지거나 ②또 하나의 소리로 독립해 ‘토’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말 ‘ ’(빛)은 일본에 건너가 ‘히(ひ)’ 또는 ‘히토(ひと)’라 불리게 된 것이다.
이 ‘히토’에 낱개를 뜻하는 ‘츠(つ)’를 붙여 ‘히도츠(ひとつ)’라 하면
‘한 개’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둘’을 가리키는 한자 ‘二’는 ‘一’ 두 개가 포개진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다.
두 개의 ‘一’이 붙은 모양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붙’이라는 말로 ‘二’를 표시했다.
이 말이 일본에 가서 ‘후(ふ)’ 또는 ‘후타(ふた)’가 되었다.
여기에 낱개를 표시하는 ‘츠(つ)’를 붙여 ‘후다츠(ふたつ)’라 하면
‘두 개’를 가리키는 일본말이 된다.
‘삼(三)’은 고구려말로 ‘밀’이라 불렸다.
‘밀’은 ‘물’을 가리키는 고구려말이다.
‘밀’의 리을(ㄹ) 받침을 빼고 단순히 ‘미’라고 해도, ‘삼(三)’ 또는 ‘물’을 가리켰다.
이 ‘미’에 낱개를 표시하는 낱말 ‘츠(つ)’를 붙여 ‘미츠(みっつ)’라 하면
‘세 개’를 가리키는 일본말이 된다.
요즘의 일본말로도 ‘미(み)’는 삼(三)과 물을 동시에 가리킨다.
고구려말과 똑같은 것이다.
‘넷’을 가리키는 한자 ‘사(四)’는, 일찍이 네 개의 줄로 표시했으나,
훗날 요즘과 같은 글자로 바뀌었다 한다.
‘四’라는 한자는 ‘구(口)’와 ‘팔(八)’을 합쳐 만들었는데,
‘입에서 나온 입김이 사방으로 갈라지는 형태’를 나타낸 것이라 한다.
따라서 고구려 사람들은 이 ‘사(四)’를 샘의 뜻으로 ‘얼’이라 불렀다.
이 ‘사(四)’를 가리키는 ‘얼’이란 고구려말이 일본에 건너가
‘요(よ)’ 또는 ‘요츠(よっつ)’가 되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오(五)’는 우차(于次)’라 불렸다.
‘우차’란 ‘우(위)가 차는(가득한)’ 상태를 나타내는 고구려말로 ‘충만’을 가리킨다.
‘우차’란 말이 일본에 가서 ‘이츠(いつ)’로 바뀌었다.
一에서 五까지 헤아리면 한 손이 가득 찬다.
이 가득 찬 상태를 가리킨 숫자가 바로 五인 것이다.
북쪽 대륙까지 영토확장 꿈꿔
한자 ‘육(六)’은 ‘덮개를 씌운 구멍’을 나타내는 글자다.
‘六’은, 한쪽 손의 다섯 손가락 전부와 또 한쪽의 손가락 한 개로 표현되는 숫자다.
하나의 손가락을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묻는’ ‘덮씌우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 六이란 숫자이므로,
‘묻다’ ‘덮다’의 뜻으로 ‘묻’이라 부른 듯하다.
‘묻’이란 우리말이 일본에 건너가 ‘六’을 나타내는 ‘무(む)’가 되었다.
여기에 낱개를 뜻하는 ‘츠(つ)’를 붙이면 ‘무츠(むっつ)’가 되고,
‘여섯 개’라는 뜻의 셈씨가 된다.
‘칠(七)’은 고구려말로 ‘난은(難隱)’이라 불렸다.
요즘 말로는 ‘나눈’이라는 뜻이다.
이 낱말 또한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이 말이 일본에 건너가 ‘나나(なな)’ 또는 ‘나누(なぬ)’가 됐다.
‘칠(七)’이라는 물량(物量)을 둘로 나눌 때
삼(三)과 사(四)로 가르게 되기 때문에 공평하게 나눌 수 없고,
일(一)이라는 자투리를 버리게 된다는 어려움에서
‘七’은 ‘나눈’이라 불리게 된 것이라 한다.
‘팔(八)’이라는 한자는 좌우로 갈라지는 형상을 나타낸 글자다.
‘가다’는 뜻의 우리 옛말은 ‘예’.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라는 유명한 노래도 있다.
그래서 八은 일찍이 우리나라에서는 ‘예’라 불렸고,
일본에서는 ‘야(や)’라 했다.
일본 신화 속에는 ‘八(や)’이 무척 많이 등장한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팔(八), 즉 야(や)는 ‘성수(聖數)’이기도 했다.
거기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맨 먼저 일본에 간 부족이 예족(濊族)이었고,
그들은 흔히 ‘八(예)’이라는 숫자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예족은 우리나라 백성이었으나, 일찌감치 일본에 집단 이주했다.
‘좌우로 갈라져 감’을 나타내는 한자 팔(八)로
예족을 나타내는 데는 까닭이 있는 셈이다.
‘구(九)’는 일본말로 ‘고고노(ここの)’라 불린다.
불가사의한 이름의 수사(數詞)다.
이 일본말은 ‘그것 넣어’라는 우리말을 나타내고 있다.
‘십(十)’은 <삼국사기>에 ‘덕(德)’이라 표현되고 있으나,
이는 ‘전부’를 가리키는 ‘다’의 고구려말 ‘더’를 나타낸 것이다.
이 말이 일본에 가 ‘도오(とお)’라는 ‘十’을 가리키는 일본 수사가 되었다.
여기서 ‘비·부·밀·얼·우차·뭍·나눈·예·그것 넣어·다(ひ·ふ·み·よ·いつ·む·なな·や·ここの·とお)’란
수사를 통틀어 읊어 보자.
희한한 뜻의 글귀가 떠오르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빛·불·물·샘·위쪽의 찬 대륙·나뉜 예·그것 넣어·다….’
‘빛·불·물·샘 등의 자연만이 아니라
위쪽(북쪽)의 대륙, 즉 부여(夫餘) 땅과 갈라선 예(濊)까지 다 넣어 몽땅 갖겠다’는
고구려의 야망을 나타낸 글이 드러나는 것이다.
고구려 수사는 단순한 셈씨가 아니라,
고구려인의 야망을 담은 숫자 노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2008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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