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을 마주하며
식사의 3요소를 들라면 나는 단연 영양, 맛, 정겨운 대화라고 꼽는다.
물론 나에게도 양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6,70년대를 살아오면서 그 시절에는 오직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맛이고 영양이고는 둘째이고 오로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시절이 있었다.
식사시간에 큰 소리로 떠들다가는 곧장 어른으로부터 야단을 맞곤 하였지만 말이다.
음식이라야 가을추수 후 이른봄까지를 제외하고는 온통 시커먼 보리가 전부인 꽁보리밥과 된장찌개, 김치 몇 조각이 전부이지만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커나가다 보니 식사시간이 모두 제 각각이다.
어쩌다 일이 늦어질 때면 사무실 인근의 밥집을 찾지만,
식당 밥도 점심과 저녁 모두 해결하려면 지겨울 때가 있으므로 좀은 늦더라도 집에 와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와 보면 덩그러니 혼자 앉아 마주하는 식탁에는
문명의 이기인 밥통의 흰쌀밥과 냉장고의 찬 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먹다 남은 찌개류가 있으면 다행이고....
오늘은 냉장고를 열어보니 등심이 몇 조각 보인다.
오랜만에 꺼내어 전기프라이팬에 올려놓는다.
보통은 등심이라면 부드럽고 맛이 있어야 할 텐데, 오늘은 스펀지를 씹는 기분이 든다.
지인과 통화하다가 식사이야기가 나와서 점심에는 감자밥을, 저녁엔 무밥을 먹었다고 한다.
토실토실한 감자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양과 무를 켜켜히 얹어 놓은 무밥이 상상이 간다.
어찌보면 어려운 시절에 모두 곡식을 아끼기 위해서 해 먹는 메뉴들이건만 왠지 그 말에 정겨움이 깃들어 있어 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밥통의 밥이나 금방 해놓은 밥이 그렇게 맛이 다른 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금방 해놓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윤기가 흐르는- 밥이 그리워진다.
그런 밥은 반찬이 별로 필요가 없다.
언젠가 어른을 모실 때 매끼마다 '따슨밥'을 해 드렸다고 한다.
그 정성에 감복을 하였지만, 그땐 그 맛이 어떤 줄 몰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슨 밥과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가 그리워 지는 시간이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려나?
-이기영
식사의 3요소를 들라면 나는 단연 영양, 맛, 정겨운 대화라고 꼽는다.
물론 나에게도 양이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6,70년대를 살아오면서 그 시절에는 오직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맛이고 영양이고는 둘째이고 오로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시절이 있었다.
식사시간에 큰 소리로 떠들다가는 곧장 어른으로부터 야단을 맞곤 하였지만 말이다.
음식이라야 가을추수 후 이른봄까지를 제외하고는 온통 시커먼 보리가 전부인 꽁보리밥과 된장찌개, 김치 몇 조각이 전부이지만 말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커나가다 보니 식사시간이 모두 제 각각이다.
어쩌다 일이 늦어질 때면 사무실 인근의 밥집을 찾지만,
식당 밥도 점심과 저녁 모두 해결하려면 지겨울 때가 있으므로 좀은 늦더라도 집에 와서 식사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와 보면 덩그러니 혼자 앉아 마주하는 식탁에는
문명의 이기인 밥통의 흰쌀밥과 냉장고의 찬 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먹다 남은 찌개류가 있으면 다행이고....
오늘은 냉장고를 열어보니 등심이 몇 조각 보인다.
오랜만에 꺼내어 전기프라이팬에 올려놓는다.
보통은 등심이라면 부드럽고 맛이 있어야 할 텐데, 오늘은 스펀지를 씹는 기분이 든다.
지인과 통화하다가 식사이야기가 나와서 점심에는 감자밥을, 저녁엔 무밥을 먹었다고 한다.
토실토실한 감자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양과 무를 켜켜히 얹어 놓은 무밥이 상상이 간다.
어찌보면 어려운 시절에 모두 곡식을 아끼기 위해서 해 먹는 메뉴들이건만 왠지 그 말에 정겨움이 깃들어 있어 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밥통의 밥이나 금방 해놓은 밥이 그렇게 맛이 다른 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금방 해놓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윤기가 흐르는- 밥이 그리워진다.
그런 밥은 반찬이 별로 필요가 없다.
언젠가 어른을 모실 때 매끼마다 '따슨밥'을 해 드렸다고 한다.
그 정성에 감복을 하였지만, 그땐 그 맛이 어떤 줄 몰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슨 밥과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가 그리워 지는 시간이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려나?
200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