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
언제나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형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퇴근 무렵
우리가 가끔 지나치던 송도 청량산을 찾았다가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을 보고
문득 형을 떠올렸습니다.
스무살을 갓 넘긴 80년대 초,
암울한 시기의 대학후문가에서 막걸리에 신김치 시켜놓고
맛 모르고 마셔대던 그때가 먼저 기억납니다.
텁텁한 막걸리가 몇 잔 돌아가고 나면,
의례히 형이 먼저 노래를 시작했지요.
"찌일레꼬옻 부울게 피이던~~"
우리는 덩달아 박수치며 함께 목청 돋우어 불렀습니다.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울분을 토해내는 것이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젊음을 고뇌하던 찬란한 탄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기억에서 분명한 것은
낡은 유행가를 마치 음유시인의 자조처럼 읊조려 대던 형의 모습이 눈에 훤합니다.
H형!
형과의 추억이 서려있는 유행가에 나오는 찔레꽃이 지금 한창입니다.
그래서 오늘따라 더욱 형이 더 보고싶어
물과같이 흐른 이십수 년 세월을 반추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교졸업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진학을 했지만,
학업을 유지하기가 막막하던 그 어렵던 시기에
형은 자상하게 학업을 이어갈 방법을 제시해 주셨지요.
형이 장교후보생으로 생활하면서도 착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배우고 싶었고
저 또한 그 길을 택한 계기가 되었지요.
비록 짧은 일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같은 하숙방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형제같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인 듯 합니다.
어디 그것 뿐이겠습니까.
하얀 편지지에 꼼꼼하고 정겹도록 빼곡히 써내려 가던 형의 편지 쓰는 자세를 닮아가고 싶어
형과 꼭 같은 노트를 구입하여 흉내를 내어 보기도 했던 일이며,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같이 느닷없이 방문하여 작살로 바닷고기를 잡던 감포 앞바다!
포도주 한 잔에 취해 뙤약볕에서 자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던 형의 고향 바닷가에서의 한때...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임관을 앞두고 여름에 형이 강원도 어디에 계신다는 주소만 들고 찾을 무렵,
형의 어깨에서 빛나던 두 개의 다이아몬드 계급장!
그 곳에서 형의 동기들과 대포집을 순회하며 밤새웠던 일들을 어찌 다 잊으리오.
어느 겨울이었던가요?
울산 어디메의 대학교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형을 찾아 나선 결과 근무지에서 형의 소식을 확인하고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서 추위에 떨다가
다음 날 만나 부산으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것이 오래 만나지 못함을 미리 예고했음인가요?
그렇게 편지쓰기 좋아하고 전화는 상상할 수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가끔 연락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바쁜 삶으로 인하여 자주 연락도 못하고 지내고 있지만,
결코 우리의 곰삭은 정은 세월이 가도 빛이 바래지 않음을.....
그리고
이 지면에다 다 풀어놓을 수 없는 것은
아직 형과 함께 하고싶은 무수한 날들이 남아있어서 입니다.
H형!
이토록 화사한
찔레꽃이 필 무렵이 오면
그리움이 뭉게뭉게 솟아올라
다시금 텁텁한 막걸리에 어우러진 찔레꽃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2005. 5. 28 여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언제나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형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퇴근 무렵
우리가 가끔 지나치던 송도 청량산을 찾았다가 하얗게 피어난 찔레꽃을 보고
문득 형을 떠올렸습니다.
스무살을 갓 넘긴 80년대 초,
암울한 시기의 대학후문가에서 막걸리에 신김치 시켜놓고
맛 모르고 마셔대던 그때가 먼저 기억납니다.
텁텁한 막걸리가 몇 잔 돌아가고 나면,
의례히 형이 먼저 노래를 시작했지요.
"찌일레꼬옻 부울게 피이던~~"
우리는 덩달아 박수치며 함께 목청 돋우어 불렀습니다.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울분을 토해내는 것이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젊음을 고뇌하던 찬란한 탄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도 기억에서 분명한 것은
낡은 유행가를 마치 음유시인의 자조처럼 읊조려 대던 형의 모습이 눈에 훤합니다.
H형!
형과의 추억이 서려있는 유행가에 나오는 찔레꽃이 지금 한창입니다.
그래서 오늘따라 더욱 형이 더 보고싶어
물과같이 흐른 이십수 년 세월을 반추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교졸업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진학을 했지만,
학업을 유지하기가 막막하던 그 어렵던 시기에
형은 자상하게 학업을 이어갈 방법을 제시해 주셨지요.
형이 장교후보생으로 생활하면서도 착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배우고 싶었고
저 또한 그 길을 택한 계기가 되었지요.
비록 짧은 일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같은 하숙방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형제같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인 듯 합니다.
어디 그것 뿐이겠습니까.
하얀 편지지에 꼼꼼하고 정겹도록 빼곡히 써내려 가던 형의 편지 쓰는 자세를 닮아가고 싶어
형과 꼭 같은 노트를 구입하여 흉내를 내어 보기도 했던 일이며,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같이 느닷없이 방문하여 작살로 바닷고기를 잡던 감포 앞바다!
포도주 한 잔에 취해 뙤약볕에서 자다가 화상을 입기도 했던 형의 고향 바닷가에서의 한때...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임관을 앞두고 여름에 형이 강원도 어디에 계신다는 주소만 들고 찾을 무렵,
형의 어깨에서 빛나던 두 개의 다이아몬드 계급장!
그 곳에서 형의 동기들과 대포집을 순회하며 밤새웠던 일들을 어찌 다 잊으리오.
어느 겨울이었던가요?
울산 어디메의 대학교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형을 찾아 나선 결과 근무지에서 형의 소식을 확인하고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서 추위에 떨다가
다음 날 만나 부산으로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것이 오래 만나지 못함을 미리 예고했음인가요?
그렇게 편지쓰기 좋아하고 전화는 상상할 수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가끔 연락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바쁜 삶으로 인하여 자주 연락도 못하고 지내고 있지만,
결코 우리의 곰삭은 정은 세월이 가도 빛이 바래지 않음을.....
그리고
이 지면에다 다 풀어놓을 수 없는 것은
아직 형과 함께 하고싶은 무수한 날들이 남아있어서 입니다.
H형!
이토록 화사한
찔레꽃이 필 무렵이 오면
그리움이 뭉게뭉게 솟아올라
다시금 텁텁한 막걸리에 어우러진 찔레꽃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2005. 5. 28 여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마음의샘터 > 붓가는대로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것 (0) | 2005.10.15 |
---|---|
창밖에 부셔지는 (0) | 2005.10.05 |
세분의 스승 (0) | 2005.05.17 |
오월의 기도 (0) | 2005.04.29 |
들꽃에 이는 바람을 느끼며 (0) | 200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