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교수의 고대철강사]
(2)한·일 고대왕조의 진상 - 철강 기술 교류를 중심으로
천무(청룡)는 시해됐다?
청룡 목에 그려진 ×는 암살 뜻해
몸은 거대한 뱀과 비슷하고 비늘로 덮여 있다.
얼굴은 길고 입가에 수염이 나 있으며,
평상시에는 바다·강·호수·늪 등의 물 속에 사는데,
때로는 하늘로 올라가 바람과 구름을 일으킨다.
중국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며 천자(天子)에 견주어진다.
제철을 상징하는 청룡
일본의 고구려식 벽화고분 다카마쓰즈카(高松塚·고송총) 동쪽 벽에는
우람한 청룡(靑龍)이 그려져 있다. 길고 붉은 혀 같기도 하고,
불길 같기도 한 것이 입에서 길게 내뿜어져 있는 데다,
목덜미에는 붉고 오글오글한 털이 나부껴 있다.
해괴한 것은, 이 목덜미에 붉고 큰 X자 표시가 보이는 점이다.
나라(奈良)시 약사사(藥師寺)는 천무천황을 추도하는 오래된 절이다.
청룡 벽화는 이 절에도 있는데, 이 용의 목덜미에도 역시 X자 표시가 선명하다.
약사사도 고송총처럼 7세기 말에 지어진 건조물이다.
동일한 시기에 지어진 건조물 안 청룡 벽화의 같은 X자 표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 사학자 고바야시 야스코(小林惠子)씨에 의하면,
청룡 목덜미의 X자는 천무가 암살된 인물임을 나타내는 표시라 한다.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은 강줄기 형상
생전의 천무는 푸른 물에서 태어난 용임을 자처했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몸은 거대한 뱀과 비슷하고 비늘로 덮여 있다.
얼굴은 길고 입가에 수염이 나 있으며,
평상시에는 바다·강·호수·늪 등 물 속에 사는데,
때로는 하늘로 올라가 바람과 구름을 일으킨다.
중국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며 천자(天子)에 견주어진다….
(금성출판사, <국어대사전>)
용은 턱 아래 여의주를 지녔다고도 한다.
온갖 조화를 부릴 수 있는 보배가 여의주다.
인간은 왜 이 같은 희한한 동물을 상상해 냈을까.
헬리콥터나 소형 비행기를 타고 낙동강이나 한강 등 큰 강 위를 비행하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강은 영락없는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다.
꼬리는 상류요, 몇 개의 발은 강 지류(支流), 반짝이는 비늘은 푸른 강 물결이다.
‘얼굴은 길고 입가에 수염이 나 있다’는 것은
기다란 강변 모래밭에 까만 사철(砂鐵)이 쌓인 형상을 나타낸다.
이 강변의 사철을 거둬 고대 제철(製鐵)이 이루어졌다.
용의 입에서 뿜어 나오는 불길은 무쇠를 불려 선철(銑鐵) 만드는 작업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농기구·무기 등 무쇠로 만든 도구는 일찍이 만능의 이기(利器)였다.
여의주란 이 같은 만능의 이기를 만드는 제철 기술을 가리킨 것은 아닐까.
‘십이지(十二支)’는 열두 가지 동물로 시간을 구별한 것으로,
중국 은(殷)나라 때 생겼다 하나 확실치는 않다.
십이지는 쥐에서 시작돼 맨 마지막은 돼지다.
이 순서를 한어(漢語)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
이 중 자시(子時)는 오후 11시~오전 1시, 축시(丑時)는 오전 1~3시 등으로
차례를 따라 두 시간씩 할당된다.
또한 이 간지(干支)는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2008)는 쥐의 해다.
열두 가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존재가 용이다.
인간은 어째서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십이지에 포함시켰을까.
거북·학·사슴 등 상서로운 숱한 동물들을 제쳐 두고 굳이 상상의 동물 용을 선택한 까닭이 궁금하다.
역시 용은 제철의 상징이자 바람과 구름을 일으켜 농사에 이로운 비를 몰고 오는 고마운 존재로,
인간이 창조해 낸 지체 높은 동물인지 모르겠다.
고송총 안의 북쪽 벽에는 거북과 뱀이 얽혀 있는 ‘현무(玄武)’라는 짐승 그림도 그려져 있다.
얼굴 부분이 칼자국으로 뭉개져 있어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이는 곰팡이 등으로 자연부식된 것이 아니라,
건조 당시 의도적으로 무참히 깎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현무는 북방을 상징하는 신이다.
당시 일본에서 ‘북방’이라면 고구려를 가리켰다.
천무천황과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동일인이라는 고바야시설(說)이 맞는다면,
천무 암살은 곧 ‘고구려 세력의 붕괴’와 이어진다.
고송총(高松塚)의 ‘고송’이란 낱말부터가 고구려 세력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고 보면, 무덤에 담긴 철저한 저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는 고구려를 가리키며, ‘고(高)’씨는 고구려 왕가의 성씨다.
소나무의 고구려 말은 ‘부사’다.
따라서 개성의 송악(松岳)은 일찍이 ‘부사악’이라 불렸다.
한 뭉치의 소나무 잎새가 물에 씻어 말린 붓과 같다 하여
소나무는 붓의 옛말 그대로 ‘부사’라 불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부사’라는 고구려 말엔 ‘부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고(高) 부사(松)’라고 하면 ‘고구려 부수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송총 = 고구려 세력의 붕괴?
천무천황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묻힌 이 무덤의 이름을
‘고송총’이라 지은 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무덤의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천무의 무덤은 이 고송총 말고 또 있다.
히노쿠마노오우치노미사사기()라는 큰 무덤으로, 황후와의 합장릉이다.
고송총 근처에 있는 이 무덤은 1235년 철저히 도굴당했다.
부장품인 금은보화가 대량 도굴됐고,
은(銀)함에 보관돼 있던 황후의 뼛가루는 길바닥에 무참히 뿌려졌다.
그러나 천무천황의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천무는 그곳에 매장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송총을 따로 만들어 천무를 머리가 없는 상태로 강제 매장한 것이다.
그럼 천무천황을 이 무덤에 묻은 자는 누구인가.
이야기는 672년 일본 최대의 쿠데타 임신(壬申)의 난(亂)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ㆍ작가, 2008년 0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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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주
- 여의주 如意珠=뜻대로..자유자재로 할수 있는 구슬.
- 여의봉 如意棒=뜻대로 할수 있는 막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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