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철강이야기/4원술과제철무녀

35 우리 고대 제철용어 고스란히 일본어로

慈光/이기영 2013. 7. 20. 16:16

 

 

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5> - 우리 고대 제철용어 고스란히 일본어로

2009년 03월 12일

 

 

 

▶ 일본의 인간국보 기하라 아키라(木原明)씨가
7세기 신라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강철 게라(けら).

 

 

한국어가 일본어로 바뀌는 법칙(2)

 

최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한 미국 청년이 ‘오십음도(五十音圖)’를 손에 들고
연거푸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일본어의 ‘오십음’이라는 것 정말 이상해요. 사십칠음밖에 없는데 왜 오십음이라 하는 거지요?”

“맞아요. 사실대로 ‘사십칠음도’ 아니 ‘응(ん)’까지 넣어서 차라리 ‘사십팔음도’라 하면 될 것을!
그런데 옛날에는 정말 오십음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い’ ‘え’ ‘う’ 세 음이 점차 발음이 되지 않으면서 사십칠음이 돼 버렸다는 거지요.”

“없어진 소리까지 굳이 계산에 넣지 않아도 될 텐데….”

 

미국 청년의 주장도 옳았다.
그러나 옛 문헌에는 여태껏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흔적마저 지워 버리기는 아쉬운가 보다.
‘오십음도’ 아닌 ‘사십칠음도’인 요즘도 일본 사람들은 여전히 ‘오십음도’라 부르기를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자’가 ‘さあさあ’, ‘두루미’가 ‘つる’로

 

△ 법칙 4=한국어의 ‘j’음은 일본어에서 ‘s’음으로 바뀐다.

① 자자(권유어) → 사사(さあさあ·권유어)
② 저곳 → 소코(そこ·其)
③ 줄줄 → 스루스루(するする)·스라스라(すらすら)

 

△ 법칙 5=한국어의 ‘d’, ‘t’음은 일본어가 되는 과정에서 ts(つ), z(ず)음으로 변한다.

① 도기(달의 옛말) →つき(달)
② 두루미(학) →つる(학)
③ 토지(土地) →つ·ち(土·地)

 

△ 법칙 6=한국어의 ‘b’ ‘p’음은 일본어에서 ‘h’ ‘w’ ‘a’음으로 바뀐다.

① 벌(일을 벌이다) →はる(春·봄)
② 벌(들판) →はら(野原·들판)
③ 파파(나이 많은 여성 가족) →はは(母·어머니)
④ 빻(빻다) →は(齒·이)
⑤ 바닥치(신분이 낮은 자) →わたくし(我·나)
⑥ 바보(어리석은 자) →あほう(阿·바보)

 

△ 법칙 7=한국어의 ‘o’ ‘eo’음은 일본어에서 ‘g’ ‘k’음으로 변한다.

① 오(來) →こ(고·來)
② 얼(어림) →こ(고·子)
③ 얼골(얼굴) →こころ(고코로·心)

 

△ 법칙 8=한국어의 어말음(語末音) ‘l’ 받침은 일본어에서 ts(つ) 또는 ch(ち)음이 된다.

① 질(質) → 시치(しち)·시츠(しつ)
※質屋 → 시치야(しちや·전당포)
※性質 → 세이시츠(せいしつ·성질)

② 달(達) → 다치(たち)·다츠(たつ)
※友達 → 도모다치(ともたち·친구)
※達人 → 다츠진(たつじん·고수)

③ 월(月) → 게츠(げつ)·가츠(がつ)
※名月 → 메이게츠(めいげつ·보름달)
※正月 → 쇼가츠(しょうがつ·정월)

 

 

△ 법칙 9=한국어 쌍받침의 경우,

               일본어로 되면서 첫 받침은 사라지고, 두 번째 받침은 독립한다.

① 밝(明) → 아카(あか·赤, 빨강)
② 삶(生) → 스무(すむ·住, 산다)
③ 닮(似) → 다마(だま·騙, 속이는 일)

 

△ 법칙 10=한국어의 ‘n’ ‘m’음은 일본어가 된 다음에도 변하지 않는다.

-n음의 경우

① 나라(國) → 나라(なら·奈良, 8세기 일본의 수도 이름)
② 노(들판의 옛말) → 노(の·野, 들판)
③ 놀오놀오(‘놀며 놀며’의 옛말) → 노로노로(のろのろ, 천천히)

 

-m음의 경우

① 말기(말의 성(城), ‘기’는 성의 옛말, 목장) → 마키(まき·まきば, 목장)
② 말이(실을 말아 만든 공) → 마리(まり, 공)
③ 맡게(‘맡겨’의 옛말) → 마케(まけ, 패배)
※패배한다는 것은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맡김’을 뜻한다.


어린이 말도 그대로 전해져

△ 법칙 11=우리나라의 제철·농경·건축 등 고대 기술용어와 의식 용어의 태반은 고스란히 일본어가 되어 있다.

① 사(무쇠의 옛말) → 사(さ·무쇠의 일본 옛말)
② 맏사(가장 질이 좋은 사철) → 마사(まさ·가장 질이 좋은 사철)
③ 깨라(金母·맏사로 만든 강철덩이) → 게라(けら·강철덩이)
④ 찌르기(긴 칼) →츠루기(つるぎ·긴 칼)
⑤ 오가(오고 감을 뜻함) → 오가(おが·큰 톱)
※큰 톱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 밀고 당기며 켜는 데서 ‘오고 가는 도구’의 뜻으로 ‘오가’라 불렀다.

⑥ 하기요(‘하시요’라는 뜻의 고구려말) → 핫기요이(はっきよい·일본 씨름의 경기 시작 사인)
⑦ 다가다가다가라(다가서라) → 다가타가타가라(たがたがたがら·씨름 경기를 빨리 진행하라는 사인)
⑧ 싣떡(포갠 떡) → 시토기(しとぎ·신에게 바치는 포갠 떡)

 

△ 법칙 12=우리나라의 유아어(幼兒語)는 태반이 원음대로 일본어가 되어 전해지고 있다.

① 맘마(밥의 유아어) → 만마(まんま·밥의 유아어)
② 베(천) → 오베베(おべべ·옷의 유아어)
※‘오’는 일본 경칭
③ 맴매(매) → 맨매(めんめ·매 때린다는 뜻의 유아어)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2009년 0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