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철강이야기/4원술과제철무녀

33 수수코리<須須許理>는 ‘제철촌·무쇠골’의 뜻

慈光/이기영 2013. 7. 20. 16:15

 

 

 

 

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3> 수수코리<須須許理>는 ‘제철촌·무쇠골’의 뜻

 

 

 

 

▶ 5세기 가야의 말 장식 뿔잔 각배(角杯).
높이 21.5㎝, 길이 14.5㎝.

 

 

 

 

무쇠 짓기와 술 빚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 <고사기(古事記)>는 서기 712년에 엮어졌다.

이 책에 의하면,
5세기경 일본 천황 오진은 “슬기로운 인재가 있으면 일본으로 보내 달라”고 백제왕한테 당부한다.

그러자 백제왕은 왕인(王仁·‘와니’라고도 불렸다) 박사에게
<논어> 10권, <천자문> 1권을 전한 후 일본으로 갈 것을 명한다.

또한 단야장(鍛冶匠) 탁소(卓素)와
천 짜는 여인 사잇소(西素),
술을 빚는 수수코리(須須許理) 등 기술자 여럿도 함께 보낸다.

 

이 수수코리가 빚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천황은,
“나는 취했네. 나는 취했네…”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른바 ‘고사기 가요 제50번’이다.

 

수수코리가 빚은 술에

나는 취했네.

무사태평해지는 술,

자꾸만 웃고 싶어지는 술에,

나는 온통 취해 버렸네.

무사히 무쇠 불려 칼을 갈자

 

그러나 이것은 오역이다.
무사히 무쇠를 불려 훌륭한 칼을 갈아 내자는 내용의 노래다.
한자로 표기한 원문은 다음과 같다.

 

須須許理賀(수수허리하)
迦美斯美岐邇(가미사미기이)
和禮惠比邇祁理(화례혜비이기리)
許登那具志(허등나구지)
惠具志爾(혜구지이)
和禮惠比邇祁理(화례혜비이기리)

 

무사고로 무쇠를 불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하는 노래다.

대충 들으면 수수코리가 빚은 술에 취했다는 내용의 노래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수수코리와 함께 백제에서 온 야장 탁소에 거는

기대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수수코리의 ‘수’는 무쇠의 백제말.
수수는 ‘무쇠’를 이중으로 가리킨 것.


또한 코리는 ‘골’.
따라서 수수코리란 무쇠골, 즉 제철촌의 의미다.

한편 수수는 기장과 같은 말이다.
즉 수수코리는 ‘기장골’인 셈이다.

결국 수수코리는 무쇠골이요, 동시에 기장골을 뜻한다.

 

 

무쇠, 무쇠골에 가서 칼을 미시오

첫 구절의 한자 ‘수수허리하(須須許理賀)’를 ‘수, 수고리가’라 읽고 있다.
‘무쇠, 무쇠골에 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 구절 ‘가미사미기이(迦美斯美岐邇)’는 ‘가, 미사 믿기니’라 읽는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가서 칼을 미시오, 믿음직하니…’의 뜻이다.

 

셋째 구절 ‘화례혜비이기리(和禮惠比邇祁理)’에서

‘와레(和禮)’는 ‘나’의 일본말.
‘혜(惠)’는 ‘예(濊) 사람’을 가리킨다.
‘비(比)’는 ‘칼’의 우리 옛말이다.
즉, ‘예·비’ 두 자가 합쳐져 ‘예 사람의 칼’을 뜻한다.
‘이기리(邇祁理)’는 우리말로 ‘넣었다’란 의미다.

 

결국 ‘예 사람의 칼을 손에 넣었다’는 것은 날카로운 칼,
즉 좋은 칼을 넣었음을 의미한다.

 

넷째 구절 ‘허등나구지(許登那具志)’는 ‘거두나구지’,
즉 무사(無事)함을 뜻한다.

일본어 ‘고토(事)’라는 낱말에는 변고의 뜻이 들어 있다.
저로(低爐)의 붕괴로 인한 화재나 화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무쇠 짓기에 있어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의 제철소에 있어서도 최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무재해·무사고일 것이다.

여기서 탁소란 인물의 이름을 살펴보자.

 

‘탁소’는 고대 한국어의 ‘달굽소’, 즉 ‘잘굽소’란 이름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 2009년 0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