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4> - 일본 언어생활 바꾼 100만명의 도래인
▶ 늠름한 소나무를 곁들여 그린 ‘초당독서도’.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그려진 이명기의 작품이다.
소나무의 신라말은 솔,
고구려·백제말은 부사. 붓 또는 실 다발을 뜻했다.
이 부사가 일본으로 가서 실 다발을 가리키는 ‘후사(ふさ)’란 일본말이 되었다.
한국어가 일본어로 바뀌는 법칙(1)
언어는 그 시대의 지배자에 의해 변화한다.
그 좋은 보기로 영어를 들 수 있다.
11세기 프랑스 사람인 노르망디 공작은
영국의 앵글·색슨족을 무찌른 후 대영제국을 세웠다.
그 당시 공용어는 물론 프랑스어였다.
상류층과 관리들도 프랑스어를 썼다.
이후 300년에 걸쳐 프랑스말과 앵글·색슨말이 섞이고 섞여 영어가 됐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프랑스어와 영어의 경우보다 훨씬 진하고 오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일본 규슈 북부지방과 이키섬에서는 기원전 4~3세기 때 만들어진 한국산 도끼·칼 등 무쇠 농기구 및 무기가 출토되었다.
기원전후에 걸쳐 고대 한국인 건너가
일본의 고대사학자 오쿠노 마사오씨는 그의 저서 <무쇠의 고대사>에서
‘이 같은 철기의 사용과 보급이 일본 농경문화의 발전을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원시국가의 성립에 큰 역할을 했음은 말할 나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저명한 고대 한·일 관계사 연구가인 북한의 김석형씨도
“철기가 한국으로부터 건너간 것임을 부인하는 일본 학자는 없다”고 못박았고,
대패날·자귀날·도끼·칼·송곳·쐐기 등 한국산 무쇠 공구와 함께
괭이날 또는 호미날과 같은 무쇠 농기구가
규슈 북부에서 많이 출토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1988년, 한마당, <고대한일관계사>).
일본은 숱한 산과 숱한 강으로 이뤄진 섬나라다.
그 산과 강에서는 상질(上質)의 사철, 즉 무쇠알이 흘러내리며 강변에 무더기로 쌓인다.
고대제철의 원자재인 사철의 노다지인 셈이다.
게다가 제철 연료인 나무도 풍성하다.
비가 많이 내리고 기후도 따뜻한 고장이어서 산과 들에는 나무가 무성해 베어도 베어도 무럭무럭 잘 자란다.
덩달아 벼농사도 잘된다.
이 같은 환경적 조건이 수많은 고대 한국인을 일본으로 잇따라 건너가게 했던 것이다.
이들 고대 한국인을 일본인들은 흔히 ‘도래인(渡來人)’이라 부르는데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의 천년 동안에 적어도
100만명 이상의 한국 도래인이 일본에 당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인류학자 하니하라 가즈로씨에 의한 시뮬레이션 연구의 결론이다.
기원전 3세기에 10만명 이하였던 일본의 인구가 기원후 7세기 들어 540만명(일본 국립민족박물관 추산)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자연 증가 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100만명 이상이 한국에서 왔다는 결론을 뒷받침해 준다.
혼혈 비율은 7대 1.
이는 도래인 7, 일본 원주민 1의 비율로
일본인의 피 속에 한국인의 피가 매우 진하게 흐르고 있음을 방증한 셈이다.
한·일 혼혈 비율은 7대 1
7대 1의 혼혈 비율로 일본에 건너간 고대 한국인은 제철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 무렵 제철기술은 초능력의 하이테크였다.
이 기술을 따라 당연히 우리말도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문법·어순·어법이 같다.
다만 발음만이 달랐을 뿐이다.
어떤 낱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즉 우리말이 어떤 일본말로 바뀌었는지만 알면
일본어는 쉽사리 정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어가 일본어로 바뀌는 ‘변전(變轉)의 법칙 12가지’를 소개한다.
■ 한국어의 일본어 변전 법칙 12가지
△법칙 1
=우리말의 받침은 일본말이 되면서 없어지거나 또 하나의 소리로 늘어난다.
- 받침이 없어지는 경우
① 동모(‘동무’의 옛말) → 도모(とも·友=동무)
② 다발(묶음) → 다바(たば·束=다발)
③ 질(‘길’의 옛말) → 지(じ·路=길)
- 받침이 또 하나의 소리로 늘어나는 경우
① 감(우두머리·여신) → 가미(かみ·神=신)
② 굴(동굴) → 구라(くら·倉=창고)
③ 구름(‘구르다’의 명사) → 구루마(くるま=수레)
△법칙 2
=우리말의 탁음은 일본말이 되면서 두음의 경우 청음이 되고,
말 가운데에서는 탁음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 두음에서 청음이 되는 경우
① 동모(‘동무’의 옛말) → 도모(とも·友)
② 감(우두머리·여신) → 가미(かみ·神)
③ 부사(松·소나무의 고구려·백제어) → 후사(ふさ=술·여러 가닥의 실)
- 말 가운데에서 탁음을 유지하는 경우
①갓(笠) → 카사(傘) → 히가사(ひがさ·日傘)
②금(‘검다’의 어간·옛말) → 쿠모(雲) → 아마구모(あまぐも·雨雲)
③자자레(‘자잘’의 옛말) → 사자레(さざれ·細)
△법칙3
스물하나의 우리말 모음은 일본말이 되면서
아(あ) 이(い) 우(う) 에(え) 오(お) 다섯 음으로 줄어든다
(고대의 경우 여덟 음이 있었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2009년 03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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