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2> 6세기 일본에 신라식 제철터 있었다
▶ 사철과 숯을 계속 넣어 불을 때면,
저로(抵爐) 안엔 빨간 죽 모양의 선철이 끓기 시작한다.
옛 제철 낱말 풀이
‘사흘 밤낮’을 ‘한 동’이라 부른다.
우리 고대제철에서 일컫는 말이다.
진흙 가마를 빚어서 말려 그 가마 안에 사철과 숯을 번갈아 넣어 사흘 밤낮 내내 불을 때면,
사철은 녹아서 빨간 죽 모양이 된다.
이때 불을 끈 후 녹은 사철을 한동안 식히고 진흙 가마를 깨부순다.
깨부순 진흙 가마 안에는 상어 빛깔의 커다란 강철 덩어리가 누워 있다.
3.5톤가량의 커다란 강철 덩어리를 세 시간가량 식힌 후 작업장 밖으로 끌어낸다.
‘한 동’이라고도 하고, ‘일대(一代)’라고도 불리는 제철작업은 이로써 끝난다.
제철을 관장하는 여신 가나야고(金屋子)에게 신주(神酒)를 바쳐 감사의 제를 올린 다음,
제철 작업자들은 서로 신주를 나누며 축배를 든다.
음력 정초 아침
‘사흘 밤낮’의 ‘한 동’ 작업이 마무리 지어지고 신주로 축배를 들면
그해엔 아주 좋은 일이 있다는 속설이 있어,
모두들 이날의 ‘한 동 마무리’를 특히 선호하는 것이다.
1년에 세 차례 고대식 강철 만들어
▶ 사흘 밤낮 내내 불을 때다 보면,
‘게라’라 불리는 강철이 만들어진다.
일본 시마네현 니타군 요코타는 6세기 때부터 신라식 제철터가 있었다는 오래된 마을이다.
요즘도 1년에 세 차례 고대식으로 강철을 만들고 있다.
일본 미술도검보존협회 주관으로 해마다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국보 기하라 아키라 공장장을 비롯한
여덟 명의 작업자가 장방형의 진흙 덩어리를 쌓아 올린다.
무쇠를 불리는 저로(抵爐)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길이 2m70㎝·폭 95㎝·높이 1m25㎝ 배 모양의 저로가 완성되자,
아래쪽 양측에 각각 20개씩 모두 40개의 통풍구를 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 구멍의 명칭은 ‘호도(ほど)’.
여성 성기의 한국식 옛말과 흡사하다.
이 구멍에 끼는 송풍관 이름은 ‘기로(きろ)’.
이 또한 한국식 옛말을 닮았다.
사철은 ‘사사(ささ)’라 불린다.
‘사’는 ‘무쇠’의 옛말. 또 하나의 ‘사’는 ‘모래’.
이 사철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사철은 ‘마사(まさ·眞砂)’라 불린다.
우리말 ‘맞사(최고의 무쇠)’를 뜻한다.
저로 바닥에 숯을 깔고 불을 붙인다.
붉고 푸른, 또는 보랏빛 불길이 솟아오른다.
불 위에 사철을 뿌리고, 사철 위에 또 숯을 뿌린다.
이같이 사철과 숯을 번갈아 뿌려 불길을 강하게 하는 일꾼을 ‘수미사카(すみさか·炭坂)’라 칭한다.
‘수미’는 숯의 일본말,
‘사카’는 ‘섞어’의 우리 옛말이다.
저로에 숯을 섞어 뿌리는 일꾼을 뜻하는 낱말이다.
사철과 숯을 계속 넣어 불을 때면,
저로 안에는 빨간 죽 모양의 선철이 끓기 시작한다.
이것을 ‘즈크(ずく)’라 한다.
우리말로 ‘죽’을 뜻한다.
즈크에다 계속 사철과 숯을 넣어 바람을 일으켜 끓이면, 선철은 강철이 된다.
이 강철을 ‘게라(けら)’라 부른다.
게라란 ‘깨는 것’의 우리 옛말이다.
바람을 일구는 장치를 풀무라 한다.
일본말로 ‘후이고(ふいご)’,
즉 바람을 일구는 행위가 ‘풀무질’이다.
요코타초의 사투리 중에 ‘좀보시(ジョムボシ)’라는 말이 있다.
‘아주 조금’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사철을 아주 조금만 더 넣으라는 사인으로 쓰인다.
요코타초 근처의 동네 이름 중 ‘다리(多里)’라는 곳도 있다.
‘뜨거운 동네’를 뜻한다.
이곳 또한 제철고장이다.
백로 타고 온 제철신
‘가나야고상(かなやごさん)’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가나야고신(金屋子神)은 백로,
즉 시라사기(しらさぎ)를 타고 이즈모(いづも·出雲)국에 당도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시마네현이다.
‘시라사기’는 신라의 철기를 뜻한다.
가나야고신은 신라 계통의 제철 집단을 가리키는 신임을 깨닫게 된다.
특히 6세기라 하면 신라에서 본격적으로 제철 집단이
이즈모나 미와(三輪) 등지에 당도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다타라(たたら)’는 ‘잘 달아’란 뜻의 낱말 ‘달 달아’를 가리킨다.
최고로 뜨겁게 달군다라는 의미다.
‘무라게(村下)’ ‘무쇠 녹이는 사람’ ‘다타라의 작업장’ 등의 의미도 지닌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 2009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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