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7> - 사쿠라<さくら·벚꽃>는 ‘무쇠창고’의 우리 옛말
2009년 03월 26일
▶ 포스코 인재개발원 앞뜰에 핀 벚꽃.
벚꽃과 무쇠창고의 일본말은 똑같은 ‘사쿠라’.
일본 천황들의 정체
<일본서기>는 720년 조정(朝廷)에 의해 완성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신화를 비롯해 제40대 지토(持統) 여왕 때까지의 이야기를 순한문으로 엮었으며,
전 30권으로 이루어졌다.
신들의 이야기 외에 40명에 이르는 천황의 역사가 때로는 아주 소상하게, 때로는 대충 적혀 있다.
제1대 천황 진무(神武)와 제2대 수이제이(綏靖)를 비롯해 제39대 덴무(天武),
제40대 지토 여왕에 이르기까지의 사연이 날짜별로 적혀 있다.
이 같은 일기 형식의 문체를 ‘편년체(編年體)’라 한다.
천황 7명은 같은 인물 ‘연개소문’
그런데 40명의 천황 모두가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초대 천황 진무와 제2대 수이제이,
제10대 슈진(崇神), 제11대 수이닌(垂仁), 제14대 추아이(仲哀), 제21대 유랴크(雄略),
제39대 덴무에 이르기까지 모두 7명의 천황은 같은 인물이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의 이야기처럼 쪼개서 기록한 것이다.
그 ‘사람’이란 바로 고구려의 마지막 장군 막리지 연개소문이다.
초대 진무 천황 대목에서는 연개소문이 고구려를 떠나 일본의 무쇠 고장을 차지하며
영토를 넓혀 가는 과정과 정치적으로 중요한 중부지방을 차지하는 상황을 그려 놓았다.
제2대 수이제이 대목에서는 라이벌 덴지(天智) 천황을 암살한 후
제39대 덴무 천황으로 즉위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덴지는 38대 천황으로, 백제 임금 무왕(武王)의 아들이다.
그는 정변이 일어나 무왕이 죽자 일본으로 피신, 덴무보다 한발 앞서 일본 정권을 잡는다.
제10대 슈진 천황은 덴무 천황 초기의 행적을 그렸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제11대 수이닌 천황 대목에는
2세기 신라 왕자 천일창(天日槍)이 일곱 가지 보물을 가지고 일본에 온 사연과
대가야 왕자 이야기 등이 소상히 그려져 있다.
또한 수이닌 천황의 황후와 황후의 오빠가 천황을 죽이려 한 사연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 대목은 덴무의 황후인 지토의 집안사정을 그리고자 한 듯하다.
14대 추아이 천황 대목에서는 덴무의 죽음을 서술해 놓고 있다.
덴무는 그의 아들에게 시해당했다.
21대 유랴크 대목은 더욱 복잡하게 엮여 있다.
6~7세기경 백제 왕가와 덴무 천황의 사정이 한데 얽혀 그려져 있다.
<일본서기>에는 모두 40명의 천황과 1명의 황후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의 에피소드처럼 부풀려 역사를 늘려 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덴무시대부터 벚나무 소중히
덴무 천황은 즉위 전 요시노(吉野)산에 은신한 적이 있었다.
요시노산 기슭에 흐르는 강가에는 질 좋은 사철이 많았는데,
이 사철로 무쇠를 불렸던 것이다.
덴무는 어느 날 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꿈으로 점을 쳐 보니 벚꽃이 피듯 운이 활짝 핀다고 했다.
임신(壬申)의 난(亂)에 성공한 것은 그 직후의 일이다.
벚꽃의 일본말은 ‘사쿠라(さくら)’.
여기서 ‘사’는 ‘무쇠’를 뜻하는 우리 옛말.
‘쿠라’는‘창고’를 가리키는 우리 옛말인 동시에 일본말이다.
‘벚꽃’도 ‘사쿠라’, ‘무쇠창고’도 ‘사쿠라’. 같은 뜻의 낱말인 셈이다.
역대 일본 천황들이 벚꽃을 사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덴무 천황은 이때부터 벚나무를 소중하게 여겨 요시노산에 많이 심었고,
요시노산을 벚나무의 명소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 2009년 0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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