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철강이야기/4원술과제철무녀

39 백제는‘풍요로운 큰 나라’로 불렸다

慈光/이기영 2013. 7. 20. 16:21

 

 

 

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39> - 백제는‘풍요로운 큰 나라’로 불렸다
2009년 04월 09일


▶ 쌍날칼을 꽂은 창과 비슷한 무기 박기.
규슈(九州) 미야자키켄(宮崎縣) 미사토마치(美鄕町)
구다라노사토(百濟の里) 미카도진자(神門神社)의 건물 조사 때,
천장 안에서 1006개의 박기가 나왔다.

박기의 일본말은 호코(鋒·ほこ)다.

 

일본 속의 백제마을 ②

 

어떤 독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일본인들은 ‘백제(百濟)’를 왜 ‘구다라’라고 부르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좋은 질문이다.

한자 ‘百濟’의 일본식 음독(音讀) 부름새도 ‘햐크사이’지 ‘구다라’는 아니다.
일찍이 우리 옛말 ‘크타라’라는 낱말에는 ‘큰 땅의 나라’란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대의 한국에는 ‘고타(古陀)’라 불린 평야가 세 곳이 있었다.
현재의 경상북도 안동과 거창, 경상남도 진주가 바로 그곳이다.
이 세 지역은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의 도읍이 있었던 고장이다.

 

‘쌀이 많이 거두어지는 넓은 땅’ ‘풍요한 큰 나라’를 표현한 고대 한국어 ‘크타’, ‘크타라’가

일본에서는 백제를 지칭하는 ‘구다라(くだら)’란 말로 둔갑되어 왔던 것이다.

 

실상 백제땅에 해당되는 현재의 전라도와 충청남도의 일부를 포함하는 이 일대는

곡창지대로 유명한 대평야(大平野)였다.

 

 

‘구다라’는 ‘쌀이 많이 나는 넓은 땅’

 

백제는 ‘구다라’라 읽는다.

백제의 일본식 읽음새다.
한편 신라(新羅)는 ‘시라기(しらぎ)’라 읽는다.
고구려(高句麗)는 ‘고쿠리(こくり)’ 또는 ‘고우쿠리(こうくり)’라 읽는다.

 

신라의 일본식 읽음새 ‘시라기’는 신라성(新羅城)을 뜻한다.
‘성’을 ‘기’라 부르는 것은 백제식이다.
신라는 성을 ‘잣’ 또는 ‘자시’라 부른다.

상대(上代)의 일본에서는 ‘성’을 ‘사시(さし)’라 불렀는데,
이는 신라말 ‘자시’가 ‘사시’로 전음한 까닭이다.

한국어의 j음은 일본에서는 s음이 된다.

고구려의 경우, 현재 고구려라 부르고 있으나
원래 ‘고구리’라 불렀으므로 일본 호칭 ‘고쿠리(こくり)’가 원음(原音)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돈 달라’ 의미로 ‘돈타로’ 상품 인기

 

백제 정가왕(禎嘉王)의 수하 중에는 ‘돈타로(ドンタロ)’라는 이상한 이름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왕을 보호하는 척하며 연개소문과 내통하고 있었다.

 

‘돈타로’란 ‘돈 달라’는 뜻의 이름이다.
미카도(神門)의 정가왕 거처를 일러 준 대가로 연개소문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다.


‘돈타로’가 일러 준 것은 정가왕의 처소만이 아니다.
정가왕과 그의 아들들이 만든 숱한 무쇠 무기를 숨긴 자리까지 일러 주었으니,

‘돈 달라’고 할 만도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돈타로’의 무덤은 미카도진자(神門神社)보다 높은 산꼭대기에 축조되었다고도 하고,
산 정상에 세워진 무덤은 모두 목이 베어져 지어진 사례라 한다.

 

‘돈 달라’고 조르다 ‘돈타로’는 목이 잘린 것인가.
이 ‘돈 타로’라는 이름을 쓴 화장수와 비누, 샴푸가 요즘 백제마을 온천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다.

 

돈달라 화장수와 비누, 샴푸까지.

참뜻을 알면 적잖이 놀라겠지만, ‘미인탕의 원천’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돈타로’는 요사이 부쩍 날개를 달았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작가, 2009년 04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