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화로운 시골집 마당에 거위 한 마리가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살고 있다.
이놈은 주인인 누렁이와 야옹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조심 돌아다닌다.
마당에 들어와서는 인기척도 내지않고 살큼 엿보고 도망치듯 나간다.
어쩌다 누렁이와 야옹이가 한눈을 팔라치면
그제서야 그들의 눈을 피해 마당을 몰래 휘젓고 다닌다.
더 가관인것은 겉으로는 온갖 품위를 지키면서
뒤에서 호박씨를 날름날름 까먹는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거위는 곡식 중에서도 호박씨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마당을 혼자서 훼방놓고 다니는데는
누렁이와 야옹이의 눈을 피하는 방법이 가장 큰 문제라!
약삭빠르게도 동료들을 방패막이로 삼는 방법을 강구해 낸다.
즉,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치는)!
어리석은 친구에게 갖은 아양을 떨며 동쪽에서 소리를 내도록 종용한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연막전술도 곧잘 편다.
장황한 감언이설로 누렁이와 야옹이로하여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도 만든다.
자신은 행동하지 않으면서 사사건건 깐죽거리는 이 녀석은
작전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본성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못될 경우 목숨을 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는 고양이 소리 흉내에 재미를 붙인 모양인지,
다른 친구들에게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비겁하게도 정작 자신은 뒤로 슬슬 뒷걸음질을 친다.
숨어서 하는 행동이라 마음 푹 놓고 있지만
아는 친구들은 이미 다 아는지라
생각이 조금 바른 동료들이 그 방법이 옳지 않다고 충고를 주자
입을 실룩거리며 비웃기 시작한다.
특유의 깐죽거리는 말투로...
아예 친구들의 충고 따윈 들으려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절대로 꺾지 않은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백조와 색깔만 같다고해서
자신이 마치 백조인양 행동을 한다.
그리하여 고요한 호수의 분위기를 망쳐 놓고
맑고 맑은 호수의 물 또한 흐려놓은데 성공했다고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더한것은 녀석은 자신의 훌륭한 전술로
누렁이와 야옹이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줄 착각도 곧잘 해대니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 알리.
그 얕은 머리로써 누렁이와 야옹이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 줄을...
* 재미로 읽어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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