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샘터/붓가는대로 essay

10분의 여유

慈光/이기영 2005. 11. 11. 17:42

잠시 주어지는

10분의 여유시간.

 

닫혀진 마음을 풀어 헤치듯 창문을 여니

잿빛하늘을 달려

싸아한 바람 한 줄기 몰려온다.

 

건너편 담장아래는

작은 풀잎들이 갈색 솔이파리들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방가지똥, 쇠별꽃, 제비꽃, 털별꽃아재비, 선씀바귀, 개여뀌....

 

언제 꽃을 피우려는지

이제 마악 몽오리 맺은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서둘러 꽃을 피우고 곧 찬바람에

하나 둘 여린 잎들도 떨구고 나면

낮은 자세로 땅바닥에 살풋 몸을 기대고

긴 겨울채비를 할 것이다.

 

여리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작은 풀꽃을 보며

나의 마음 속 겨울채비는 어디쯤 와 있는지

창가를 서성이는 바람 속에서 생각해 본다.

 

200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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