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29> 아스카<明日香·飛鳥>는 ‘무쇠 터’ 일컫는 우리 옛말
일본 나라현 아스카 일대 지명
명일향(明日香) 표기한 백제인
아스카(明日香·飛鳥·あすか)는 일본 중부지방의 옛 도읍지다.
7세기 일본 도읍지를 찾은 외국인들은 항상 헷갈려 했다.
아스카를 경우에 따라 한자로 ‘명일향(明日香)’, ‘비조(飛鳥)’라 썼기 때문이다.
행정지구로서 ‘촌(村)’을 나타낼 때는 ‘아스카무라(明日香村)’라 표기하고,
강산·유적 등을 나타낼 때는 ‘아스카가와(飛鳥川)’,
‘아스카야마(飛鳥山)’
‘아스카큐(飛鳥宮)’등으로 구분해 쓰곤 한다.
그러나 그 기준은 분명치 않다.
지리적인 면에 있어서는 ‘명일향(明日香)’,
문화사적인 면에서는 ‘비조(飛鳥)’라 구별해 표기하고 있는 듯하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720년 엮어진 역사책 <일본서기>에는 아스카를 철저히 ‘飛鳥’라고만 기술했다는 점이다.
<일본서기>는 고구려계 천황인 덴무(天武)가 엮기 시작한 정부 간행 책자다.
아스카를 ‘明日香’이라 한자로 기술한 것은 백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아스카란 무엇을 뜻한 지명이었을까.
▶ 아스카가와(飛鳥川) 상류에 있는 석무대는
백제계 실력자였던 소아마자의 묘로 추정된다.
‘비조=명일=생철’ 논리 성립
고대 한국어로 ‘아’는 ‘맨 가장자리’ ‘하늘’ ‘최고’를 뜻했다.
‘스’는 ‘무쇠’ ‘날이 샘’을,
‘카’, 즉 ‘가’는 ‘곳’을 의미했다.
따라서 아스카는 ‘최고의 무쇠 터’인 동시에 ‘날이 새는 곳’을 가리키는 우리 옛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백제계의 말이다.
아스카가 최고의 무쇠 터를 뜻하는 백제말이라는 것은,
이 고장을 맨 처음 차지한 이들이 백제계 사람이었음을 알게 한다.
S자형으로 아스카촌을 누비고 흐르는 아스카천(川) 주변이 바로 무쇠 터였던 것이다.
역대 천황과 권력자들의 궁전이 두루 아스카천 변에 있었던 것을 봐도,
냇가에 사철(砂鐵)이 많이 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제철은 사철을 불려 이룩됐다.
한자 비조(飛鳥)를 ‘아스카’라 읽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조’와 ‘명일(明日)’은 연계된다.
한자 비(飛)는 한국식 훈독(訓讀)으로 ‘날’이라 읽을 수 있다.
한편 조(鳥)의 훈독은 ‘새’.
두 소리를 합치면 ‘날새’.
‘날이 새면’ 곧 명일(明日)이다.
비조(飛鳥)와 명일(明日)은 이렇게 연결된다.
한편 ‘날새’의 ‘날’은 생(生)을 뜻한다.
‘새’는 ‘무쇠’의 옛소리 ‘새’와 같다.
따라서 ‘날새’는 ‘생철(生鐵)’을 가리킨다.
철기의 원자재가 생철이다.
여기서 ‘비조(飛鳥)=명일(明日)=생철(生鐵)’의 도식(圖式)이 성립된다.
비조(飛鳥)를 아스카라 읽어도 이상하지 않은 논리가 방증되는 대목이다.
백제계 정권을 무너뜨린 친고구려·신라계 정권은 이래서 ‘비조(飛鳥)라 쓰고
아스카라 읽는’ 이상한 읽음새의 지명을 낳게 된 것이다.
‘나라(國)’라는 뜻의 수도 이름
나라(奈良)는 8세기의 일본 도읍으로 국가를 뜻한다.
당시의 한자는 ‘那羅·寧樂·平城’등으로 표기했다.
‘나라’의 원래 발음은 ‘라라’였다.
여러 가지 물품을 ‘나른다’는 뜻으로 이같이 불렸던 것이다.
많은 물품이 운반되고,
많은 사람이 오가다 보니 큰 고을이 생기고 그 고을이 발전돼 나라가 형성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중부지방 중앙부에 위치, 흡사 국가 형태로 팽창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고세(御所)는 나라현에 있는 나무 도랑 유적지다.
고대의 물 흘러 보내는 시설, 또는 제사 터로 보여지나 실은 무쇠를 거르는 시설이다.
고대 한국어 ‘거세(渠鐵)’를 어소(御所)라는 한자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가시하라(原)는 나라 분지 남부 우네비야마(畝傍山) 기슭의 옛 지명이다.
‘가시’는 우리말로도 ‘가시나무’다.
목질은 단단하고 치밀해 닦으면 칼과 같은 광질감을 낸다.
가시하라는 ‘가시벌’이라 읽힌다.
‘무쇠를 가는 벌판’을 뜻한다.
시기(磯城)는 시(무쇠)의 성을 뜻하는 지명이다.
소가(我)는 ‘소(무쇠) 갈기’ 또는 ‘무쇠터’라고도 읽는다.
아스카의 스카와 소가는 같은 뜻이다.
사이가와(井川)의 ‘사’는 무쇠,
‘이’는 ‘이음’의 뜻으로 무쇠가 많이 이어지는 나루를 뜻한다.
잇가르가(斑鳩)의 ‘잇’은 ‘계속’ ‘계승’ 또는 ‘성스러움’을 뜻한다.
‘가르’는 ‘칼’. ‘가’는 ‘곳’, ‘아스카’의 ‘카’와 동의어다.
즉 잇가르가는 ‘성스러운 칼 갈기’ 또는 ‘성스러운 칼의 땅’ ‘계승하는 칼의 땅’을 뜻한다.
잇가르가궁은 성덕태자가 있던 궁전을 가리킨다.
성덕태자는 단 1년간 왕위에 있었다고 보여지는 백제 법왕(599~600)이다.
법대왕이라고도 불린 성덕태자는
조상 대대로 승계해 온 성스러운 칼을 잇가르가궁에 안치하고 있었음을 이 궁명(宮名)으로 알 수 있다.
<이영희, 포스코인재개발원 교수·작가,2009년 01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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