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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 이르기를
이생에서 한번 옷깃을 스치는 인연은
전생에서 억겁(億劫)을 만났어야 그건 인연이 된다고 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게 오래도록 만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다보니 부대낀다는 것이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가 보면
입 안의 혀도 깨물릴 경우가 있듯이
늘 함께 생활하는 이웃들과도
종종 일을 그르치게 하여 상대의 맘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부대끼며 살다가 보면 어쩌다 그렇게 될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굳이 나는 이런 경우를 두고 실수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미움을 받는 사람도 아니요,
손가락질 받는 사람도 아닌 잊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만큼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얼마 전에 어른들이 읽는 동화에서-
엄마 없이 아버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데
한번은 그날따라 출장길이 늦어져서
피곤한 김에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들어가는 데
발길에 사발면이 엎질러져 이불과 시트가 모두 젖어버려서
화가 난 나머지 장난이 심하다고 아이를 한대 쥐어박아 주었더니....
아이가 울면서 하는 말
아빠가 혼자서는 가스불을 켜지 말라고 하여
배가 고파서 보일러의 뜨거운 물로 사발면을 먹고
‘아빠 것은 물을 부어 놓고 식을까봐 침대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는 말을 듣고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소중한 만남,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금만 양보를 하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겨울 막바지에 내린 눈도 화사한 햇살 앞에서는 스르르 녹고 있다.
우리네 생활도 그렇게 그렇게 이해해 가면서 살았으면 한다.
‘봄 눈 녹는다’는 말처럼......
* 겁(劫) :〔(범)kalpa〕
천지가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
곧, 무한한 시간을 이르는 말임. 겁파.
[반의어]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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