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교수의 고대철강사
<41> - 제철 상징 ‘초승달 무늬’ 사랑받아
2009년 04월 23일
솔로몬과 스바 여왕의 지혜문답
솔로몬과 스바(시바라고도 함)왕국의 여왕 사이에 오간 ‘지혜문답’ 얘기는 유명하지만,
그 내용은 일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구약성서의 열왕기상(列王記上) 제10장에는 스바의 여왕이
자기 마음속의 궁금증을 물었을 때
솔로몬왕이 대답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만족한 여왕은 금 120달란트(고대 그리스·헤브라이의 수량 및 화폐단위)와
엄청난 양의 향료·보석을 솔로몬왕에게 선사했다 한다.
그러자 솔로몬왕도 여왕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선물했고,
그 후 여왕은 신하들과 함께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한다.
대체 스바의 여왕은 무엇에 대해 물었으며,
무엇을 원했으며, 무엇을 얻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 것일까.
솔로몬은 이재에 밝았다.
통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동시에,
유프라테스강에서 이집트 국경에 걸친 드넓은 땅의 왕들을 지배했다.
말과 전차를 위한 마구간 4000채와 기병 1만 2000명을 거느렸고,
이들을 전차의 도시에 배치했다.
전쟁을 위한 말과 전차는 당연히 제철과 단야(鍛冶)를 전제로 한다.
무쇠짓기에 능하지 않으면 자기 나라 지키기는 물론 남의 나라 정복도 결코 할 수 없다.
스바 여왕의 질문은 무쇠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한 여왕이 얻어 간 것도 철기류가 아니었을까.
최근 이 스바의 여왕 이야기가 일본 TV프로그램에서 크게 다뤄진 적이 있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자동차로 네 시간가량 떨어진 사막지대에서
둘레 1㎞의 큰 신전이 발굴됐다는 것이다.
사철 쌓이는 강변 형상
고대 아라비아반도의 유적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큰 규모로,
건조 시기는 스바 여왕이 솔로몬왕을 방문한 무렵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출토된 비석문자는 현재 해독 중이라는데,
발굴에 참여한 압둘·오스만 박사는 이 신전에 스바왕국의 여왕이 살았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신전 외벽에는 양(羊) 얼굴이 크게 조각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양의 뿔이 선명한 초승달 모양이라는 점이다.
초승달 무늬는 서쪽의 터키로부터 근동·중동·극동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특별히 사랑받아 온 고대로부터 이어진 의장이다.
‘초승달지대’란 사철(砂鐵)이 대량으로 쌓이는 S형의 굴곡된 강변을 지칭한다.
초승달 모양의 이 사철 언덕을 파냄으로써 고대제철의 원자재는 재빨리 채집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초승달 모양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있어 특별히 사랑스러운 디자인이요,
여러 나라 국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스바 여왕은 ‘무쇠터의 여왕’
‘여왕을 찬송하는 노래’가 예멘 사나이들 사이에 지금껏 읊어지고 있다.
문명의 길
목숨을 탄생하고
평화를 누린다…
민속악기의 반주에 맞춰 사나이들이 작은 칼을 휘두르며 원무를 춘다.
이 칼을 예멘말로 ‘잔비야’라 부른다.
‘잔비야’란 예멘말은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잔’은 ‘작은’이란 뜻.
‘비야’는 ‘베는 것’을 뜻하며,
‘칼’을 가리키기도 한다.
즉 ‘잔비야’ 또는 ‘잔비’는 ‘작은 칼’을 뜻하는 신라말이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사나이들이 휘두르는 것 역시 ‘작은 칼’이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스바의 여왕은 시바의 여왕이라고도 불렸다.
‘스’ ‘시’는 ‘무쇠’를 뜻하는 신라말로 고대 한국어다.
스바·시바의 바는 장소를 가리키는 고대 한국어인 동시에 일본어이기도 하다.
그것이 예멘어하고도 통하다니!
스바·시바는 ‘무쇠터’를 가리키는 한국어요, 일본어요, 예멘어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바의 여왕은 ‘무쇠터의 여왕’을 뜻하는 말임을 깨닫게 된다.
<이영희, 포스코 인재개발원 교수ㆍ작가, 2009년 04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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